2023년도 4호

습지란?

습지는 순수 우리말로 축축한 땅이며, 과학적으로 정의하자면 간헐적으로 침수되는 공간이다.
일시적으로 물에 잠겨 축축해지는 공간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고산지대에서 식물이 고사한 후 퇴적되어 니탄을 형성하면 빗물이 아래로 침투되지 못하여 고여 있다가 증발하는 산지 습지, 하천과 호소에서 수위 변동으로 형성되는 하천과 호소 주변의 습지, 조석의 간만 차가 있는 곳에 형성되는 연안 및 하구 습지, 그리고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 습지 등이 있다. 이러한 생성 요인에 따라 습지의 식생을 비롯한 생태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부산의 습지는 일부 산지 습지 외에는 주로 낙동강 하류 지역의 하천 주변 습지와 낙동강하구 바깥 바다 쪽의 하구 습지로 나눌 수 있다.

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서비스

습지는 주로 육지 생태계와 수서 생태계의 경계면에 위치하여 두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각각의 환경에 적응한 습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습지에는 6가지의 생태적 기능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하여 4가지 범주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태계의 기능에는 습지식물이 태양광을 흡수하여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통로 기능을 시작으로, 두 번째 생산자, 소비자로 연결되는 먹이사슬, 세 번째 소비된 후 분해되어 다시 생산에 이용되는 물질순환, 네 번째 계절을 비롯한 시간적, 그리고 위치와 고도에 따른 공간적 다양성 패턴, 다섯 번째 끊임없이 지속되는 발달과 진화, 여섯 번째 환경의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자기조절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하여 습지는 직·간접적으로 인간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습지의 생태계 서비스는 각종 먹이와 자원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공급 서비스, 기후 조절, 수질 정화, 재해 완충작용 등 다양한 환경에 대한 조절 서비스, 생물서식처, 산란장 등 다른 생태계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지원 서비스, 레크리에이션, 휴양, 생태관광 등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이러한 가치를 많이 경험하게 되면서 점차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증가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습지는?

부산지역의 습지는 일부 산지 습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낙동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는 서낙동강으로 분기되는 지점을 시작으로 대규모의 하구 습지가 발달하였으나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을숙도 상부에는 하천 주변 습지가 하굿둑 하부 바다 쪽에는 하구 습지가 형성되었다. 하천 주변 습지는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체육시설이 들어서고 일부 생물서식처만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낙동강 하류 하천 주변에는 위쪽부터 화명, 대저, 삼락, 맥도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하구 습지는 을숙도와 여러 사주 그리고 명지, 신호, 녹산 등 광활한 갯벌로 형성되어 있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개발로 주거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갯벌이 사라지고 을숙도를 중심으로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처럼 낙동강하구의 습지는 1999년 8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당시 37.718제곱킬로미터에서 현재 7.718제곱킬로미터로 80% 정도가 훼손되었다. 이에 따라 앞에서 열거한 낙동강하구 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서비스는 대폭 축소되고 그에 대한 영향은 현재는 물론 후손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주게 되었다. 또한 조성된 생태공원 역시 생태계를 무생물 환경과 생물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으로서 인식하여 생태계의 기능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습지식물과 철새 등 생물 중심의 탐방 공간으로만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습지의 보전과 복원

러브록의 가이아 관점에서 보면 습지는 열대 우림, 대륙붕과 함께 지구의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습지의 생태계 서비스에서 보았듯이 인간이 각종의 가치를 경험하면서 습지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가치를 경험하기 이전의 축축하고 버려진 땅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많이 개선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이용의 우선순위에서는 체육시설이나 탐방 목적으로 훼손되기 일쑤다. 이제는 엄격하게 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한 범위에서 많은 면적과 기능을 복원하여야 한다.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을 통한 기수지역 회복도 주변의 습지 복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한 기수지역 회복은 생태적 복원이라 할 수 없다. 하굿둑 건설과 주변 개발로 사라진 명지, 신호, 녹산 갯벌을 다시 복원할 수는 없어도 하굿둑이 개방되면서 수위 변동으로 복원될 수 있는 을숙도를 비롯한 하천 주변의 생태공원은 체육시설을 과감히 줄이고 하구 습지로 복원하여야 한다.

습지의 생태관광

낙동강 하류와 하구의 생태공원은 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서비스를 체험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체육시설과 일부 생물서식처를 복원, 조성하여 생물을 관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철새를 비롯한 낙동강하구의 생물 중심의 탐방 체험에서 환경과 생물이 상호작용하는 하구와 습지 생태계를 올바로 소개하고 기능과 서비스를 이해하여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진정한 생태관광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 생태관광이 낙동강하구의 습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여론 형성과 실행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은 습지의 생태관광을 위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아미산 전망대 등 훌륭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의 습지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생태관광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