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4호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생태문화교육허브봄의 박성배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곤충과 물고기를 좋아했고 이후 하천과 습지에 대해 공부하며 ‘하천과 습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하였고 20여 년을 습지와 생태교육 분야에서 활동하였습니다. 2019년 뜻을 모아 사단법인 생태문화교육허브봄을 만들고 환경과 생태 교육프로그램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기획·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법인 이름 속에 봄의 뜻은 ‘보다’의 명사형으로, 세상을 찬찬히 관찰하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카약프로그램의 시작은 ‘어떻게 하면 습지를 있는 그대로 좀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처음엔 부산해양소년단에서 카약을 빌려와서 을숙도에서 시범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프로그램으로써 가능성이 확인되고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카약을 구입하여 본격적으로 카약을 이용한 습지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카약을 타고 습지에 들어가서 수면과 가까운 눈높이로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과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하구습지를 느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먼저 기본적인 안전교육과 카약 기초를 익히고 2인 1조로 카약을 배정받아 습지로 들어갑니다. 카약을 처음 타는 사람들도 천천히 수로를 따라가면서 카약 사용법도 익히고 아름다운 을숙도 습지의 자연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카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산화탄소와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고 20cm 정도의 얕은 수심에서도 움직일 수 있어 밀물과 썰물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을숙도 수로와 습지에서는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카약을 타고 가면서 갯벌과 갈대밭에서 살아가는 게들의 생생한 모습, 물살을 가르며 수로를 따라 올라가는 물고기들,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늦은 봄 갈대밭을 가득 채우는 개개비 소리, 갯벌에 손을 넣어 잡아보는 재첩들의 매끈한 느낌, 해질 녘 갈대와 어우러진 낙동강하구의 아름다운 석양 등 하구 습지의 숨은 아름다움을 카약 위에서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카약 탐방 프로그램은 부산지역 다른 하천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운영중인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모심기에서 벼 베기까지 1년 동안 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보는 ‘논꼬마자연학교’, 정기적으로 오륙도 앞 승두말 해안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해변정화활동 ‘반려해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자연의 보물찾기를 하는 ‘에코-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 등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지역환경에 공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새로 준비중입니다. 교육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하면 논꼬마자연학교가 이제 10여 년 가까이 되었는데 초등학생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꼬마가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이 프로그램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아이들과 교감하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의 좋은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이어진다는 생각에 흐뭇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부산은 역사· 문화자원과 더불어 소중한 자연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조금만 나서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낙동강과 수영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금정산, 백양산, 장산, 황령산 등 크고 작은 숲이 도심 가까이 있습니다. 기장에서 오륙도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걷거나 태종대의 절경과 낙동강하구의 여러 모래섬들이 만들어내는 장관과 붉게 물든 석양을 마주하거나 이제 막 찾아오기 시작한 큰고니와 겨울철새들의 힘찬 날개짓과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부산에 있습니다. 우리지역의 자연이 잘 보전되고 지켜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 가을에 숨어있는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